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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BOX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 언더그라운드의 전설 찰스 부카우스키의 말년 일기

by 어느새그곳 2016.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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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 10점
찰스 부카우스키 지음, 설준규 옮김, 로버트 크럼 그림/모멘토        




미국 서점에서 책을 가장 많이 도둑맞는 작가가 

죽음의 문턱에서 훔쳐낸 통쾌한 언어들.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는, 하드보일드류의 압축된 문체로 술과 도박의 삶, 섹스와 폭력, 세상의 부조리와 어리석음 따위를 가차 없이 그려낸 전설적 작가 찰스 부카우스키(1920~94)가 죽음의 문턱에서 쓴 일기 형식의 에세이집이다. 50년간 애용했던 타이프라이터를 매킨토시 컴퓨터로 바꾸고 그는 죽기 직전까지 글쓰기에 대해, 경마의 효용에 관해, 돈과 인간에 대해, 죽음에 관해, 젠체하는 문인들의 행태와 정체에 대해 성찰했다. 부카우스키의 모든 시와 소설이 자전적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내밀한 생각과 느낌들을 이 일기만큼 오롯이 드러낸 글은 없었다. 그 기록에 미국 언더그라운드 만화의 선구자인 로버트 크럼이 그림을 달았다. 이 책은 두 전설의 공동 작업이다.


부카우스키는 당대 미국의 가장 저명한 시인이자 소설가 중 한 사람이다. 가장 영향력 있고 가장 많이 모방되는 시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에겐 많은 수식어구가 따라붙었다. “언더그라운드의 왕”, “하층민의 국민시인”, “반실업자들의 선지자”…. 팬들은 그가 “20세기 후반 최고의 미국 작가”라고 주장한다. 

부카우스키의 작품들은 적막하고 버림받은 세계에서 살아가는 망가진 사람들의 ‘문학적이 아니라 현실적인’ 소외, 거기서 종종 터져 나오는, 언뜻 뜬금없어 보이는 폭력적 행동들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는 사이 부카우스키는 소외된 작가에서 컬트 작가를 거쳐 의도치 않은 인기 작가까지 되었지만, 아웃사이더의 시각과 감성은 결코 잃지 않았다. 그리고 이 일기에서도 확인되듯이, 그의 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의 끈을 놓지 않는다. 대상이 타인이든 자신이든 까다롭고 냉소적이지만, 늘 통렬한 통찰이 번득인다. 사후 20년이 넘었는데도 그의 대중적 인기가 시들지 않는 것은 아마도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바닥까지 털어놓음으로써 친밀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통속소설의 주인공처럼 영웅적인 늠름함을 잃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부카우스키의 열성 팬 중에는 문인과 연예인도 많다. 그들의 칭송을 들어보자.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 “부카우스키는 로스앤젤레스의 월트 휘트먼이다.” 가수이자 시인 ? 소설가인 레너드 코언: “그는 모든 사람을 지상으로 불러 내렸다, 심지어 천사들까지도.” 영화배우 ? 사회운동가 숀 펜: “부카우스키에게서 중요한 점은, 그가 하는 이야기들이 맞는 말이라는 것이다.” 아일랜드 가수 보노: “대중문화는 우리에게 말한다. 그래, 맥도날드 햄버거 하나 더 먹고, 쇼핑몰에도 가봐, 모든 일이 잘 될 거야. 하지만 모든 일은 잘 풀리지 않는다. 록 음악의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고, 부카우스키의 메시지 또한 그렇다.” 


부카우스키가 사망했을 때 그의 책을 출판하는 블랙스패로 사에는 애도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미국 내는 물론이고 라틴아메리카,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세계 곳곳의 열성 독자들이었다. 울며 전화하는 이도 많았다. 시애틀의 한 커피숍 주인은 편집자의 최종 확인을 원했다. “누군가 우리 가게 앞에 ‘부카우스키가 죽었다’라고 써 붙였어요. 사람들이 울고 있고요. 사실입니까?” 

출판업계지 『퍼블리셔스 위클리』(2011년 7월 13일자) 기사에 따르면 부카우스키는 미국 서점에서 책을 가장 많이 도둑맞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책은 어느 것이든 잘 사라지기 때문에, 계산대 뒤 서가에 따로 보관하는 서점도 있다고 한다. 참고로, 부카우스키 다음은 윌리엄 버로스의 모든 책,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 마틴 에이미스의 모든 책 순이었다. 


그의 묘비에는 “Don’t Try”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문학 지망생에게 주는 충고이기도 한 이 말을 부카우스키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글을 쓰느냐, 창작하는 방법이 뭐냐고. 그래서 답했다. 애쓰지 마라, 이 점이 아주 중요하다, 노력하지 ‘않는’ 것, 목표가 캐딜락이든 창조든 불멸이든 간에 말이다. 기다려라.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면 좀 더 기다려라. 그건 벽 높은 데 있는 벌레 같은 거다. 그게 너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려라. 그러다가 충분히 가까워지면, 팔을 쭉 뻗어 탁 쳐서 죽이는 거다. 혹시 그 생김새가 마음에 든다면 애완용으로 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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